반응형

익숙함을 넘어 새로운 길로 향하기 위한 결정

안녕, 오랜만에 새로운 바이크 소식을 들고 왔어요.

벌써 스쿠터와 함께 도로를 달린 지도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그동안 배달통이 달린 낡은 50cc부터 도심의 암살자라 불리는 125cc 베스트셀러들,

그리고 편안한 장거리 투어링을 위한 쿼터급 맥시 스쿠터까지 내 손을 거쳐 가지 않은 녀석들이 없었죠.

그런데 언제부턴가 매끈한 아스팔트 도로를 벗어나 조금은 거친 흙길이나 임도를 달리고 싶다는 갈증이 생기더라고요.

기존에 타던 도심형 스쿠터로는 방지턱 하나를 넘을 때도 허리로 전해지는 충격 때문에

캠핑장 깊숙한 곳이나 자연휴양림의 비포장도로에 진입할 때마다 한계를 절실히 느꼈거든요.

쇼바가 퍽퍽 치고 올라올 때마다 내 척추도 같이 우는 기분이었달까요.

자가 정비를 하면서 서스펜션 오일도 바꿔보고 장력 조절도 해봤지만, 태생적인 한계는 극복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스쿠터 특유의 압도적인 수납력과 클러치를 잡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어드벤처 바이크의 길쭉한 서스펜션과 든든한 주파력을 갖춘 녀석을 찾게 되었고,

그렇게 혼다 ADV350을 마음에 품게 되었어요.

계약금을 걸어두고 기약 없는 기다림을 견디는 시간은 정말 피 말리는 연속이었는데,

드디어 오늘 그 녀석의 실물을 영접하러 가는 날이 밝았습니다.

박스를 까는 설렘, 그리고 매의 눈으로 진행하는 신차 검수

대리점에 도착하자마자 매장 한가운데에 영롱하게 서 있는 무광 맷 펄 쿨 그레이 색상의 ADV350이 한눈에 들어왔어요.

사진으로 수백 번은 넘게 보던 디자인이었지만,

실물로 마주한 순간 그 듬직한 덩치와 공격적인 프런트 마스크에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여기서 마냥 감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죠.

10년 차 라이더이자 웬만한 경정비는 직접 해내는 사람으로서 철저하게 신차 검수를 진행해야 해요.

아무리 혼다의 조립 품질이 우수하다고 해도 결국 사람이 조립하고 배에 실려 오는 물건이다 보니,

단차가 안 맞거나 운송 과정에서 미세한 스크래치가 발생할 수 있거든요.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카울의 결합 상태와 도장면이었어요.

프런트 휀더부터 시작해서 사이드 카울, 리어 테일등으로 이어지는 라인을

손가락으로 쭉 훑어보며 유격이 있는지 꼼꼼하게 만져봤습니다.

눈으로만 보는 것보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단차가 훨씬 정확하거든요.

다행히 벌어진 곳 없이 깔끔하게 맞아떨어지더군요.

그다음은 브레이크 디스크와 캘리퍼 주변을 살폈어요.

신차 상태에서도 간혹 캘리퍼 정렬 불량으로 인해

브레이크 패드가 디스크를 미세하게 물고 있는 경우가 있어서,

메인스탠드를 세운 상태로 앞뒷바퀴를 손으로 힘껏 굴려봤습니다.

슥슥거리는 쇳소리 마찰음 없이 아주 부드럽게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죠.

냉각수 보조탱크의 수위가 로우와 하이 사이에 정확히 있는지,

엔진 하부에 누유의 흔적은 없는지도 플래시를 비춰가며 꼼꼼히 확인했어요.

이때 초보자분들이 신차를 받을 때 흔히 하는 실수이자, 제가 꼭 당부하고 싶은 노하우가 하나 있어요.

바로 딜러가 건네주는 스마트키를 받아 들고 신나서 바로 스로틀을 당기고 출발해 버리는 행동이에요.

절대 그러지 마세요.

출고 직전의 바이크는 타이어 공기압이 배송 중 펑크 방지를 위해

기준치보다 훨씬 높게 세팅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른바 짱구 타이어 상태인데, 이 상태로 그냥 도로를 달리면 통통 튀는 끔찍한 승차감은 둘째치고,

타이어 접지력이 크게 떨어져서 대리점을 나서자마자 만나는 첫 코너에서 미끄러져 슬립을 겪을 위험이 아주 높아요.

저 역시 평소 챙겨 다니는 휴대용 타이어 공기압 게이지를 꺼내서

매뉴얼에 적힌 규정 공기압으로 바람을 빼며 세팅을 다시 맞췄어요.

이 사소한 세팅 하나가 첫 주행의 질감과 여러분의 안전을 완전히 바꿔놓는답니다.

진짜 매력은 쇼와 서스펜션과 광활한 수납공간

공기압 세팅을 마치고 시트에 앉아봤어요.

시트고가 795mm로 일반적인 도심형 스쿠터보다는 살짝 높은 편이라,

키가 작거나 다리가 짧은 편이라면 양발 착지 시 까치발을 들어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시트 앞쪽이 갸름하게 파여 있어서 발 착지성을 꽤 신경 쓴 흔적이 보였어요.

무엇보다 시트에 앉아서 테이퍼드 핸들바를 잡았을 때 느껴지는 포지션이 예술이었어요.

너무 앞으로 수그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뒤로 눕지도 않는,

시야가 확 트이면서도 적극적으로 차체를 컨트롤하기 좋은 상체 포지션이 연출되더라고요.

엔진 스타트 스위치를 누르자 330cc 단기통 특유의 고동감 있는 배기음이 낮게 깔리며 시동이 걸렸습니다.

공회전 시의 진동은 생각보다 부드럽게 억제되어 있어서 신호 대기 중에도 손이나 허리로 오는 피로감이 덜할 것 같았어요.

스로틀을 가볍게 감아쥐며 도로로 나섰을 때 가장 먼저 체감한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쇼와제 도립식 프런트 서스펜션의 위력이었습니다.

평소 타던 스쿠터였다면 브레이크를 잡고 속도를 확 줄여서

엉덩이를 살짝 들었어야 할 아스팔트 요철과 파인 구간을 과감하게 그대로 밀고 나가봤어요.

서스펜션이 충격을 묵직하게 삼켜버리고 차체는 놀라울 정도로 평온함을 유지하더군요.

리어에 장착된 서브탱크 부착형 쇼크업소버 역시 텐덤자가 타지 않은 상태에서도

지나치게 튀지 않고 노면을 끈적하게 붙잡아주는 느낌이 일품이었어요.

10년간 여러 스쿠터를 타보며 승차감을 개선해보겠다고

애프터마켓 튜닝 파츠에 수백만 원을 썼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순정 상태에서 이 정도의 승차감과 노면 추종성을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이미 이 바이크가 가진 최고의 무기이자 가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집으로 돌아와 시트 밑 트렁크를 열어보고는 또 한 번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풀페이스 헬멧 두 개가 온전히 들어간다고 광고하던 그 수납공간은 과장이 아니었어요.

정말 광활하더군요. 텐트와 얇은 침낭, 가벼운 코펠 세트 정도의 모토캠핑 짐은

거추장스러운 리어 탑박스 없이도 트렁크 안에 충분히 수납이 가능해 보였습니다.

윈드스크린 높이 조절이 주행 중 버튼 하나로 조작되는 전동식이 아니라

멈춰서 양손으로 뽑아 올려야 하는 수동식이라는 점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지만,

주행풍을 막아주는 기본 성능 자체는 준수해서 이 정도면 충분히 납득하고 탈 수 있는 수준이었어요.

새로운 여정의 시작, 두 바퀴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새 차의 단내와 타이어의 코팅이 아직 가시지 않은 ADV350을 주차장에 세워두고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앞으로 이 녀석과 함께 달리게 될 수많은 낯선 길들이 머릿속에 그려지며 가슴이 벅차올랐어요.

그동안 좁은 차고에서 정비 매뉴얼을 뒤적이며 기름때 묻은 손으로

스쿠터의 구동계를 열고 밸브 간극을 맞추며 가꿔오던 시간들이,

이 새로운 바이크를 더 완벽하게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훌륭한 밑거름이 되어줄 거라고 확신해요.

혹시라도 매번 반복되는 답답한 출퇴근길에 지쳐 작은 모험을 꿈꾸며

첫 쿼터급 스쿠터 입문을 망설이고 있는 분이 계신다면 이 말씀을 꼭 전하고 싶어요.

배기량이 올라가고 차체가 커진다고 해서 지레 겁먹을 필요는 전혀 없으니,

스스로의 통제력을 믿고 스로틀을 부드럽게 다루는 법만 차근차근 익혀보세요.

여러분의 평범한 일상도 어느새 근사한 여행길로 바뀌어 있을 겁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