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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도심을 벗어나 바닷바람을 향한 탈출을 계획하다

그동안 도심 한복판에서 매연을 마시며 무거운 배달 짐을 나르던 치열한 생존기를 전해드렸는데,

오늘은 드디어 바이크의 진정한 낭만을 찾아 떠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달력에 빨간 날이 연달아 붙어 있는 황금연휴가 다가오면서,

복잡한 서울을 벗어나 탁 트인 자연 속으로 도망치고 싶다는 갈증이 극에 달했거든요.

자동차를 타고 꽉 막힌 고속도로에 갇히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만,

우리 라이더들에게는 갓길과 좁은 국도를 유연하게 빠져나갈 수 있는 두 바퀴가 있잖아요.

마침 십 년 넘게 함께 바이크를 타온 오래된 친구들도 저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단체 채팅방에서 서해안으로 1박 2일 백패킹 투어를 떠나자는 의견이 순식간에 모아졌습니다.

거창한 글램핑이나 펜션이 아니라, 바이크에 최소한의 생존 장비만 싣고

떠나는 진정한 의미의 모토캠핑을 기획하게 된 것이죠.

목적지는 낙조가 아름다운 서해안 태안 일대로 정했고,

출발지는 접근성이 좋은 제가 사는 서울 송파구로

정해 황금연휴 첫날 이른 아침에 집합하기로 했습니다.

테트리스의 연속인 짐 꾸리기와 무게 중심의 중요성

투어 당일 아침, 송파구의 만남의 광장 역할을 하는 널찍한 주유소 한편에

친구들의 매뉴얼 바이크와 제 듬직한 혼다 ADV350이 나란히 섰습니다.

백패킹 배낭 하나에 텐트, 침낭, 매트, 그리고 작은 코펠 세트까지

모두 쑤셔 넣고 바이크에 결박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치열한 테트리스의 연속이었어요.

저는 달아둔 거대한 80리터 벤시 알루미늄 탑박스와

광활한 시트 밑 순정 트렁크 덕분에 짐을 싣는 게 훨씬 수월했습니다.

무거운 텐트와 침낭은 시트 밑으로 밀어 넣어 무게 중심을 최대한 아래로 낮추고,

부피가 크지만 가벼운 옷가지나 식량은 탑박스에 넣는 식으로 밸런스를 맞췄죠.

여기서 제가 예전에 흔히 했던 실수를 하나 공유하자면,

초보 시절에는 무조건 다 때려 넣겠다는 생각에

탑박스에 제일 무거운 짐을 가득 채웠다가

주행 내내 앞바퀴가 둥둥 떠다니는 아찔한 조향 불안을 겪었거든요.

모토캠핑 짐을 꾸릴 때는 무거운 짐은 무조건 차체 중앙과

아랫부분에 배치해야 스티어링의 안정감을 잃지 않는다는 점을 꼭 명심해야 합니다.

매뉴얼 바이크 사이에서 빛나는 스쿠터 투어러의 진가

출발 신호와 함께 송파를 빠져나와 뻥 뚫린 외곽 국도를 향해 스로틀을 감았습니다.

연휴 첫날이라 도로에는 차들이 꽤 많았지만,

우리 일행은 무리한 칼치기 없이 안전한 대열을 유지하며

국도의 흐름을 여유롭게 따라갔어요.

도심의 빌딩 숲이 점점 뒤로 물러나고

짭짤한 바다 냄새가 섞인 서해안 특유의 바람이 헬멧 안으로 밀려 들어오기 시작할 때의

그 짜릿함은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죠. 일전에 교체해 둔

롱 윈드스크린이 정면의 거센 주행풍을 부드럽게 갈라주고,

쇼와제 도립식 서스펜션이 국도의 불규칙한 요철과

방지턱의 충격을 묵직하게 삼켜주니,

등 뒤에 텐트를 싣고 달리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몸에 전해지는 피로감이 거의 없었습니다.

매뉴얼 바이크를 타는 친구들이 클러치를 쥐었다 폈다 하며

손목의 통증을 호소할 때, 저는 스로틀 하나만으로 편안하게

크루징을 즐기며 ADV350이 지닌 어드벤처 투어러로서의 진가를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었어요.

무른 모래밭의 함정과 잊지 못할 낭만의 밤

두어 시간을 달려 마침내 도착한 태안의 한적한 노지 캠핑 스팟은

고운 모래와 솔밭이 어우러진 그림 같은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번의 당황스러운 실수가 발생했어요.

바다와 최대한 가까운 곳에 텐트를 치겠다고 욕심을 부리며

고운 모래밭 쪽으로 ADV350을 끌고 들어갔는데,

메인 스탠드 대신 툭 차서 세운 사이드 스탠드가 무거운 짐의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푹신한 모래 속으로 쑥 파고 들어가면서 바이크가 옆으로 쓰러질 뻔한 겁니다.

다급하게 친구들이 달려와 바이크를 붙잡아주지 않았다면 애지중지하던

무광 카울에 큰 상처가 날 뻔했죠.

바다나 흙길 노지로 모토캠핑을 갈 때는 바닥이 무른 곳이 많기 때문에,

사이드 스탠드 바닥 면적을 넓혀주는 확장 패드를 장착하거나

주변에서 납작하고 단단한 돌멩이를 주워 스탠드 아래에

반드시 받쳐두어야 한다는 중요한 노하우를 다시 한번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간신히 평평한 단단한 땅에 바이크를 세우고 텐트를 친 뒤,

친구들과 버너에 불을 피워 끓여 먹은 라면과 믹스 커피 한 잔의 맛은

그 어떤 최고급 레스토랑의 만찬 부럽지 않게 황홀했습니다.

자연과 두 바퀴가 안겨준 충만함, 그리고 도전을 향한 당부

붉게 타오르는 서해안의 낙조를 바라보며 텐트 앞에 앉아있으니,

그동안 배달콜 단가에 일희일비하며 삭막한 도심을 달렸던 피로와 스트레스가

갯벌 너머로 씻은 듯이 날아가는 기분이었습니다.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내 텐트 옆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ADV350을 보니,

이 녀석이야말로 매일의 생계를 책임지는 훌륭한 짐꾼이자 주말의 일탈을

책임지는 완벽한 탐험 파트너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혹시라도 거창한 장비가 없어서 모토캠핑을 망설이고 있는 초보 라이더 동생이 있다면,

선배로서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네요.

모든 걸 다 갖추고 떠나려 하지 말고,

일단 작은 배낭 하나에 몸을 누일 텐트와 침낭만 덜렁 싣고

낯선 국도로 스로틀을 감아보세요.

비록 잠자리는 조금 불편하고 짐을 싣는 과정이 투박할지라도,

두 바퀴로 자연 속을 직접 뚫고 들어가는 그 야성적인 경험이

여러분의 라이딩 인생을 한층 더 깊고 눈부시게 만들어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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