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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해진 퀵서비스 단가, 생존을 위한 다중 배차의 세계로

그동안 동네 배달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며

퀵서비스의 세계에 발을 들인 이야기들을 풀어놓았죠.

처음에는 서울 안에서 이 동네 저 동네로 물건 하나씩만 싣고 달리는

단거리 단독 배차만으로도 꽤 쏠쏠한 재미를 느꼈어요.

내 ADV350의 시원한 가속력을 즐기며 투어하듯 돈도

벌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투잡이 어딨나 싶었거든요.

하지만 퀵서비스 시장의 단가가 예전 같지 않게 떨어지고,

길거리에 대기하는 시간만 하염없이 길어지는 비수기를 겪다 보니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물건 하나를 잡고 목적지에 내려놓은 뒤 다시 빈 차로 다음 콜을 기다리는

이른바 단타 방식으로는 기름값과 엔진오일 교체 비용 같은 유지비를 빼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더라고요.

게다가 내가 타는 혼다 ADV350은 125cc 스쿠터들보다 덩치도 크고

연비도 상대적으로 낮아서 빈 차로 길바닥에 버리는 시간과 거리가 곧 뼈아픈 손실로 직결됩니다.

그래서 결국 베테랑 전업 기사님들이 한다는 다중 배차,

즉 여러 개의 짐을 한 번에 싣고 동선을 짜서 움직이는

묶음 배송의 세계에 과감하게 뛰어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처음으로 두 개 이상의 콜을 동시에 화면에 띄워놓고 머릿속으로

지도를 그리려니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더라고요.

오늘은 송파에서 시작해 강남을 거쳐 저 멀리 경기도 김포까지 다녀온,

그리고 다시 김포에서 무려 세 개의 짐을 싣고 서울로 화려하게 복귀했던 길고 험난한 하루의 주행기를 들려줄게요.

송파에서 김포로, 무거운 짐과 함께하는 아슬아슬한 테트리스

아침 일찍 첫 콜을 잡은 곳은 내가 사는 송파구의 한 사무실이었습니다.

목적지는 김포의 산업단지였는데, 단가가 꽤 괜찮아서 덥석 물었죠.

그런데 이 콜을 잡자마자 강남구 역삼동에서 픽업해서

역시 김포의 다른 동네로 가는 물건이 화면에 툭 튀어나오는 겁니다.

가는 방향이 완벽하게 겹친다는 판단에 반사적으로 두 번째 콜까지 수락을 눌러버렸어요.

송파에서 작은 서류 봉투를 픽업해 시트 밑 트렁크에 조심스레 넣고,

서둘러 강남으로 넘어가 두 번째 물건을 받았는데 여기서부터 예상치 못한 난관이 시작되었습니다.

역삼동에서 건네받은 물건이 생각보다 부피가 큰 의류 박스였던 거예요.

내 뒤에 든든하게 달려있는 80리터짜리 벤시 알루미늄 탑박스 안에

억지로 구겨 넣으려다가는 박스가 찌그러질 것 같아 몹시 난감했습니다.

결국 탑박스 뚜껑을 닫는 건 포기하고, 면목동 슬라이드 짐대 위로 박스를 올린 뒤

평소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던 탄성 고무줄, 일명 탄력바와 굵은 그물망을 꺼내 들었습니다.

박스가 흔들리지 않게 짐대와 텐덤 스텝 쪽 프레임에 고무줄을

엑스 자로 팽팽하게 당겨 묶고 그물망으로 한 번 더 덮어씌웠어요.

이렇게 짐 두 개를 싣고 강남 한복판의 막히는 테헤란로를 뚫고 올림픽대로에 오르니,

뒤쪽으로 쏠린 묵직한 하중 때문에 앞바퀴 조향이 평소보다 훨씬 가볍게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 들더군요.

스로틀을 함부로 감았다가는 노면 요철에 앞바퀴가 들릴 것 같아 코어에

잔뜩 힘을 주고 김포까지 거의 한 시간을 긴장 상태로 주행해야만 했습니다.

다행히 김포에 무사히 도착해 두 곳의 목적지에 차례대로 짐을 내려놓고 나니,

거대한 짐을 덜어냈다는 안도감에 그제야 크게 숨이 쉬어지더라고요.

빈 차의 공포를 이겨낸 김포 발 서울행 쓰리 바리의 사투

짐을 다 내렸다는 홀가분함도 잠시, 퀵 기사들에게 김포라는 지역은

짐을 내려놓고 빈 차로 빠져나오기 일쑤인 이른바 유배지로 악명이 높은 곳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한 시간이 넘도록 서울 방향으로 가는 콜이 뜨지 않아

길가 편의점 앞에 쪼그려 앉아 커피만 들이켜며 애를 태웠어요.

그러다 기적처럼 김포 인근 물류센터에서 출발해 서울 중랑구, 강남구, 그리고 송파구로

각각 떨어지는 세 개의 작은 부품 상자 콜이 세트로 올라온 것을 발견했습니다.

내 집으로 복귀하는 완벽한 동선이라는 생각에 앞뒤 재지 않고 세 개를 모조리 잡아버렸죠.

물류센터에 도착해 짐을 받아보니 상자 세 개가 각각 라면 박스 절반만 한 크기였습니다.

이번에는 적재 공간을 철저하게 계산해야 했어요.

가장 먼저 하차할 중랑구행 상자는 꺼내기 쉽게 텐덤 시트 위쪽에 그물망으로 단단히 결박하고,

두 번째 목적지인 강남구행 상자는 벤시 탑박스 안에 흔들림 없이 밀어 넣었습니다.

마지막 목적지이자 내 퇴근길인 송파구행 상자는 가장 안전한 시트

밑 순정 트렁크에 쏙 집어넣는 것으로 나름 완벽한 테트리스를 완성했습니다.

세 개의 짐을 싣고 다시 서울로 향하는 길은 퇴근 시간 정체와 맞물려 그야말로 생지옥이 따로 없었어요.

여기서 제가 치명적인 실수를 하나 저질렀는데,

텐덤 시트 위에 결박한 중랑구행 박스의 그물망 장력을 너무 약하게 해둔 탓에 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상자가 좌우로 춤을 추듯 흔들리는 겁니다.

달리는 내내 백미러로 짐이 떨어질까 봐 힐끔거리느라 목이 뻣뻣해졌고,

결국 대로변 갓길에 차를 세우고 탄력바를 칭칭 감아 다시 묶는 수고를 겪어야 했어요.

아무리 ADV350의 쇼와 서스펜션이 충격을 잘 흡수해 준다고 해도,

물리적으로 단단히 묶이지 않은 짐은 라이더의 멘탈을 갉아먹는 가장 큰 적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묵직해진 지갑과 함께 깨달은 진짜 퀵 라이더의 무게

중랑구를 거쳐 강남의 화려한 빌딩 숲을 지나,

마지막 짐을 송파구에 무사히 내려놓고 텅 빈 탑박스와 함께 집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밤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거친 주행풍을 맞으며 다섯 개의 짐을 책임지고 달렸더니

손가락 마디마디가 쑤시고 허리가 뻐근하더라고요.

하지만 스마트폰 앱을 열어 오늘 하루 동안 찍힌 운임 수익을 확인하는 순간,

피로가 싹 가실 만큼 두둑해진 숫자에 헬멧 속에서 나도 모르게 씩 웃음이 지어졌습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었던 내 바이크가 나와 한 몸이 되어 복잡한 동선을 뚫고

엄청난 생산성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십 년 차 라이더에게도 새삼스레 커다란 성취감으로 다가왔거든요.

혹시라도 쏠쏠한 단가에 혹해서 처음부터 짐 여러 개를 동시에 잡는

다중 배차에 도전하려는 초보 라이더분이 있다면 선배로서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무거운 짐이 바이크의 앞뒤 조향 밸런스를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공터에서 먼저 충분히 경험해 보고, 내 바이크의 한계 적재량과

튼튼한 그물망 사용법을 완벽하게 숙지하기 전까지는 절대 욕심부리지 말고

한 번에 하나씩만 안전하게 묶고 달리는 기본기부터 확실하게 다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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