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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배달과 퀵서비스업에 뛰어들면서 정말 다양한 콜을 타봤지만,

유독 동대문 야간 의류 사입 배달은 선뜻 손이 가지 않는 미지의 영역이었습니다.

낮에는 퀵서비스와 배달대행, 개인적인 블로그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남들이 잠든 새벽 시간을 활용해

바이크로 추가적인 수익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 제가 매일같이 타고 다니는 혼다 ADV350은 쿼터급 스쿠터 중에서도

차체가 크고 묵직한 안정감이 있어서 무거운 짐을 싣고 달리는 데 꽤 유리한 편입니다.

평소에 틈틈이 엔진 오일 규격을 맞춰 교환하고 타이어 공기압을 체크하는 등

꼼꼼하게 자가 정비를 해두었기에 바이크의 주행 컨디션만큼은 최상이었죠.

하지만 의류 도매시장의 이른바 대봉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비닐봉지들을

스쿠터에 싣고 달리는 건 지금까지 해오던 일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 내심 긴장도 되었습니다.

일반적인 음식 배달이나 작은 서류 퀵과는 다르게 부피가 엄청난 화물을 요령껏 적재해야 하고,

복잡한 새벽 시장통을 두 발로 뛰어다녀야 하는 체력전이 예상되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겪게 될 혼란스러움과 무거운 짐을 싣고 밸런스를 잡아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또한 베테랑 라이더로 거듭나는 경험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며칠 전 굳게 마음을 먹고 새벽 두 시 동대문으로 향했습니다.

새벽 2시 동대문 도착, 뉴존부터 디오트까지 숨 막히는 수거 전쟁

새벽 2시의 동대문 도매시장은 낮보다 훨씬 밝고 치열한 삶의 현장이었습니다.

수많은 화물차와 사입삼촌들의 오토바이가 도로를 가득 메우고 뒤엉켜 있어서

덩치 큰 ADV350을 주차할 공간 하나 찾는 것부터가 만만치 않은 난관이었습니다.

오늘 제가 소화해야 할 수거 동선은 뉴존에서 세 집,

벨포스트에서 네 집, APM에서 세 집, APM 럭스에서 두 집, 마지막으로 디오트에서 한 집이었습니다.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 같아도 막상 무거운 짐을 들고

이동해 보면 동선이 상당히 길고 복잡합니다.

처음에는 바이크를 계속 끌고 다니며 건물 입구마다 세우려 했는데,

그게 얼마나 초보적이고 체력을 갉아먹는 실수였는지 금방 깨달았습니다.

차라리 한가운데인 뉴존과 APM 사이 적당한 곳에 바이크를 단단히 세워두고,

튼튼한 대형 타포린백을 어깨에 멘 채로 걸어서 수거하는 것이 좁은 길을 뚫고 다니는 것보다 훨씬 빠르더라고요.

가장 먼저 뉴존에 들어가 세 군데 매장을 돌며 거래처 장부를 확인하고 물건을 픽업했습니다.

이어서 바로 옆 벨포스트로 넘어가 네 집의 물건을 걷었는데,

여기서부터 슬슬 부피가 감당이 안 되기 시작하더군요.

얇은 봄옷 위주라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옷이 가득 담긴 비닐 대봉들은 생각보다 묵직하고

형태가 고정되지 않아 들고 다니기가 몹시 까다로웠습니다.

다시 바이크로 돌아와 1차로 짐을 짐대에 고정하고,

남은 APM 세 집과 APM 럭스 두 집, 마지막 디오트 한 집까지 부지런히 발품을 팔며 남은 수거를 마쳤습니다.

이때 정말 필수적인 장비가 바로 탄성 좋은 굵은 화물용 탄력바입니다.

짐칸과 텐덤 시트까지 덮어버린 거대한 대봉들을 흔들림 없이 고정하려면

이 탄력바를 엑스자 형태로 단단하게 묶어야 합니다.

제 ADV350은 서스펜션이 탄탄해서 짐이 무거워도 차체가 쉽게 주저앉지는 않지만,

무게 중심이 뒤로 과도하게 쏠리면 앞바퀴 접지력이 떨어져 조향이 급격히 불안해지기 때문에

무거운 짐을 최대한 운전자 등 쪽으로 밀착시켜 묶는 것이 안전한 주행을 위한 가장 중요한 노하우입니다.

묵직해진 바이크와 강남 논현동, 신사동 야간 배달 주행기

수거와 적재를 모두 마치고 시계를 보니 어느덧 새벽 4시를 향해가고 있었습니다.

짐을 산더미처럼 실은 스쿠터의 시동을 걸고 목적지인 강남으로 향하기 위해 스로틀을 감았는데,

평소와는 전혀 다른 육중한 출발 느낌에 저절로 어깨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동호대교를 건너며 불어오는 새벽 강바람은 꽤나 쌀쌀했지만,

온몸은 이미 시장을 뛰어다니며 짐과 씨름하느라 흘린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다리 위를 달릴 때는 측면에서 불어오는 돌풍을 가장 조심해야 합니다.

짐 때문에 차량의 측면 면적이 넓어져서 바람의 영향을 훨씬 크게 받기 때문입니다.

속도를 무리하게 내지 않고 차분하게 하중 이동을 신경 쓰며 부드럽게 주행하는 것에만 집중했습니다.

첫 번째 배달지는 논현동에 위치한 온라인 쇼핑몰 사무실 두 곳이었습니다.

주택가 골목 깊숙한 곳에 있어서 길을 찾기가 쉽지 않은 위치였지만,

평소 배달을 하며 익혀둔 동네 지리와 주소 체계가 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고요한 새벽 골목에서 엔진 소리나 배기음이 너무 크게 울리지 않도록

스로틀을 섬세하게 조작하며 조심스럽게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문 앞에 무사히 대봉을 내려놓고 사진을 찍어 전송할 때 밀려오는 쾌감은 정말 짜릿하더라고요.

이어서 신사동 가로수길 인근에 있는 마지막 스튜디오 겸 사무실에 남은 짐을 모두 내려놓고 나니,

거대한 짐에 눌려 있던 바이크의 서스펜션도 제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텅 빈 짐대를 가만히 바라보니 오늘 하루도 무사히 해냈다는 깊은 안도감이 밀려왔습니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배운 성취감과 초보자를 위한 조언

강남 배달을 모두 마치고 텅 빈 도로를 여유롭게 달리며 집으로 복귀하는 길,

동쪽 하늘이 조금씩 밝아오는 것을 보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토바이 바퀴를 굴려 정직하게 땀 흘려 번 돈의 무게감,

그리고 복잡하고 치열한 도매시장의 생태계를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얻은 경험은

단순히 통장에 찍히는 숫자 이상의 큰 가치가 있었습니다.

제가 타는 바이크가 잔고장 하나 없이 든든하게 이 험난한 여정을 버텨준 것도 정말 고마운 일이었고요.

스스로 공들여 정비하고 세차하며 애정을 쏟은 기계와 함께 호흡을 맞춰

새로운 도전을 완수했다는 뿌듯함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제 글을 읽고 사입 배달에 처음 도전해 보려는 초보 라이더 분이 계신다면,

처음부터 무리해서 많은 물량을 잡기보다는 바이크에 짐을 단단하게 결박하는 화물바 매듭법부터 확실하게 연습하고

시장 건물들의 동선을 두 발로 걸으며 익히는 데 먼저 집중하라고 진심으로 조언해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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